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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빵」, 고양이들의 안방을 엿보다 - 구름발치님(wodbslek1)

「안빵」, 고양이들의 안방을 엿보다 | 작성자 구름발치


- http://blog.naver.com/wodbslek1?Redirect=Log&logNo=130139181811 -

                                   



 

To. 소중한 너에게

  


  이건 너에게 보내는 첫 번째 편지, 첫 번째 이야기야. 정말 오랜만에 펜을 잡았어. 너도 언제 편지를 받아봤는지 아득하지? 하하, 그러니까 늦은 연락이지만 용서해주라. 여긴 지금 남포동이야. 하지만 어딜 둘러봐도 사람, 사람, 사람들뿐. 조용한 장소가 없었어. 주위에 보이는 카페들엔 다들 사람들이 너무 많은걸. 모두 목소리 높여 무언갈 말하고 있잖아. 난 그저 쉬고 싶을 뿐이야. 아, 주위를 둘러보니 벽 귀퉁이에 커피라고 적힌 글이 보여서 따라가 봤어. 하지만 골목 끝엔 아무것도 없었어. 실망한 마음에 버스를 타러 가고 있는데 작은 카페가 보였어. 계단을 올라가니 고양이가 있는 카페인 거야. 이런 곳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데. 문 앞에 붙여놓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를 읽다 보니 안쪽에서 꺄르르 웃는 소리가 들렸어. 문을 열기 전에 짧게 망설였지. 섞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갔어. 손님은 구석에 두 명뿐. 구석에 앉아서 콘센트를 찾았어. 옆에 있던 여자아이가 ‘저쪽에 앉으시면 돼요.’라며 콘센트가 있는 자리를 알려줬어. 고양이들이 여기저기 늘어져서 자고 있었어. 내가 앉자 내 가방이 신기한 듯 고양이가 계속 핥는 거야. 그래, 여긴 고양이의 위한 공간이니까. 주문한 커피가 나오고 난 너에게 편지를 쓰고 있어.

구석에서 남자아이가 작은 손으로 우쿨렐레를 연주하자 여자아이가 음을 맞추기 시작해. 고양이들은 여전히 나른하게 걸어 다녀. 시간이 멈춰버린 것 같아. 향긋한 커피 향기. 그리고 널 생각하며 쓰는 편지. 그리고 한 소녀의 노랫소리.

  

 내가 언젠가 작은 카페나 찻집을 차린다고 말했었지? 사실 무엇을 파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야. 얼마나 큰돈을 버느냐가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난 그 믿음 하나로 면죄부를 받은 것 같아. 내가 방황하는 것도, 책에 빠지는 것도,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도 모두 다 난 날 위해 투자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마 테이블이 두어 개밖에 없을지도 몰라. 월세내기도 빠듯할지도 모르고. 하지만 난 그곳에서 글을 쓰고, 내가 좋아하는 책들에 둘러싸여서 살아가고 싶다. 그저 그러고 싶어.

  

 

 그때 였어. 고양이가 갑자기 내게 다가와서 말을 걸었어.


“뭘 그렇게 쳐다보고 있는겐가, 인간.”


까만 얼룩무늬 고양이가 날 보고 있었어. 난 그 깊은 노란색에 머리가 어지러웠어.


“뭐야! 고양이가 말을 하다니”


그 말을 들은 고양이가 두발로 일어나더니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인간만 말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건 지나치게 이기적인 생각이지 않느냥?”


풉, 나도 모르게 이상한 것도 잊고 고양이를 쓰다듬었어. 귀여운 녀석.

그러자 고양이도 컁, 거리는 소리를 내며 보송보송한 앞발로 내 뒤통수를 쓰다듬는 거야. 그러자 기분이 좋아져서 나도 모르게 갸르릉 소리가 나왔어. 아무렴 어때. 세상은 원래 이해할 수 없는 일 투성이지 않느냥.


“그나저낭, 이곳은 분위기가 참 좋구낭.”


고양이가 제자리에서 천장으로 한 바퀴 훌쩍 돌더니 말했어.


“커피 맛도 좋지 않냥, 이번에 고용한 인간들이 커피를 잘 만드는구낭.”


아, 역시 고양이를 위한 공간이였구낭. 그나저나 인간들은 월급은 무엇으로 받는 거지. 고양이에게 가치 있는 화폐란 무엇인지 모르겠다냥. 어레, 갑자기 내 몸이 조금씩 고양이로 변해가고 있었어. 악, 난 놀래서 소리쳤어.


“냐옹! 난 아직 인간이고 싶다냥!”


검은 고양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손뼉을 탁탁 치자 카페에 있던 고양이들이 기지개를 쭈욱 키더니 모두 내 앞으로 모였어. 고양이들을 휙 둘러본 검은 고양이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어.


“너를 인간답게 하는 것이 무엇이냥. 그 이유를 들어보고 판단하겠다옹.”


왜 내가 인간이고 싶은 걸까. 날 인간답게 하는 거라니. 잠깐 고민해봤지만 잘 모르겠다. 왜 살고 있는지에 대한 고민은 이미 끝냈다. 그냥 사는 거야. 그럼 인간이 아니라도 상관은 없겠지.


“그렇다면냐옹, 난 파란 털을 가지고 싶다옹!”


그때, 갑자기 옆에서 이상한 언어가 들렸어.

  


  아 깜짝이야.


“뭐라고 하셨나요?”


카페 주인이 날 보며 웃으면서 다시 한번 말했어.


“무슨 글을 그렇게 재밌는 표정으로 쓰고 계시냐구요.”


아, 잠시 내가 또 엉뚱한 생각을.


“아, 이거요. 고양이들에 관한 이야기인데, 한번 보실래요?”


내가 건네준 노트를 보던 주인이 갑자기 날 보며 웃었다.


“여긴 고양이를 위한 공간이라고 말했을 텐데요. 이런 글을 함부로 쓰시면 안 됩니다. 그나저나 파란 털이 잘 어울리시네요.”

 


  이야기는 여기까지. 다음에 또 다른 곳에서 안부를 전하도록 할게. 그때까지 밥 잘 챙겨먹고, 건강해야해!

 


[출처] 「안빵」, 고양이들의 안방을 엿보다 | 작성자 구름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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