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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먹고, 보고, 듣고 ●/┗ RIDE B.

[그래도… 청·춘·예·찬] 놀고싶어 노는데 이유가 필요해요? - 부산일보 2015.06.17

*제가 활동중인 '프로젝트 바람' 과 저의 취미인 보드(크루저보드, 롱보드) 행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기사라 담아왔습니다. (기사에 실린 사진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였습니다.)
좋은 기사 써주신 부산일보 이재희 기자님께도 감사 전합니다.



싸이코크루 알로하크루징에 참가한 세이퍼러스크루 크루원들


의미 있게 놀려고 잡지 내고

 
'동방의 어느 고요한 나라 대한민국. 그곳에서는 아무나 청년이 될 수 없었으니, 높아만 진 청년의 자격 요건 앞에 젊음은 속수무책으로 쓰러져 가고 있었다. 이때, 어지러운 강호를 정리할 새로운 이들이 나타났으니…. 그들은 돌연 바람같이 나타났다 하여 바람이라 불렀다 한다.'
 
청년기획단이라 자칭하는 '프로젝트 바람'이 자신의 월간 300부 한정판 무가지에 실은 광고다. 발랄한 부산 청년 5명이 이런 무모한(?) 출판을 하였고, 벌써 8회나 '2급수청정찌라시'를 표방하는 기관지 '바람'을 시중에 배포하였다.
 
바람의 대표를 자처하는 우동준(26) 씨를 만났다. "정체가 뭐냐, 2급수라는데 물이 그렇게 흐리냐, 그럼 스펙 좋은 '1급수 청년'을 혐오하느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아뇨. 이런 청년도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은 거죠. 어학 공부 열심히 하고, 대기업 입사를 준비하는 청년도 있지만, 멋지게 놀고, 행동하고, 각종 현장을 찾아 체험하기를 좋아하는 청년도 있다는 것이죠."

바람은 지난 4월엔 자취생들의 요리 경연 '요리왕 김자취', 5월엔 민주공원에서 어르신과 청년의 장기 두기 행사를 했다. 오는 26일엔 산딸기 축제가 열리는 부산 부산진구 범천4동 선암 산딸기 마을에 나들이를 간다. 


딱 1년 만 놀자고 보드 타고 

크루져 보드를 재미있게 타는 멋진 청년도 있다. 모임 이름이 '싸이코크루'다. 크루장 박기태(24) 씨와 같이 노는 친구들이 오직 크루져 보드를 즐겁게 타는 것에 착안했다. 남들은 주야장천 매니저도 하고, 운영자도 하고, 크루장도 하는 모임 문화가 싫어 1년으로 기한을 뒀다.

"얽매이는 게 싫잖아요. 그래서 저희는 모임의 유통기한이 있습니다." 박기태 크루장이 말했다. 

딱 1년만 놀자고 생각하니 바빠졌다. 알차게 놀아야 하는 것이다. 1분기엔 멤버들이 모여 보드를 주제로 한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지난 7일엔 광안리해수욕장에서 '알로하 크루징'이라는 2분기 행사를 했다. 보드 마니아 40여 명이 같이 놀았다. 해변 복장으로 시원하게 갖추고 보드를 타며 게임도 했다. 광안리가 후끈했다.


즐겁게 놀고 싶어 방송하고 

'부엉인'(부산에 사는 엉뚱한 사람)을 초청해서 토크를 하는 젊은이도 있다.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 '불량식품' 팀이다. 왜 이름이 불량식품이냐고 촌스러운 질문을 했다.

"못 사 먹게 하는데 먹으면 맛있잖아요. 자꾸 더 먹고 싶고." 불량식품은 김상수(32) 천호철(31) 김주광(31) 이한준(31) 씨가 진행하고 작가 이하니(24) 연출 이수종(22)으로 진용을 갖춰 심각한 부산 사투리로 방송한다.  

청취율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방송의 영향력은 조금씩 커지고 있단다. 출연자는 생탁 노동자부터 일간지 기자, 지방의회 의원까지 다양하다.  

"우리가 좋으니까. 그냥 좋아서 하는 거죠." 지난 2014년 5월 31일 시작한 방송은 어느새 30회가 넘게 팟캐스트 포털 사이트 '팟빵'에 자료를 올리고 있다.  

이들은 'B급 라이프'를 즐긴다고 공공연하게 말한다. 잘 살기 위한 인생이 아닌 즐겁기 위한 인생. 서울이 아닌 부산('in 서울'이 아닌 'turn 부산')을 외친다. 작은 목소리가 모여 큰 울림이 되는 공간. 듣보잡(듣고 보는 잡지) '불량식품'을 만들겠단다. 

앗! 가만히 들어 보라, 이 파릇파릇한 초록의 울림을. 또 다른 평범함을 꿈꾸는 부산 청년의 청춘예찬. 신록이 짙어가는 6월, 느티나무는 한층 더 푸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