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활동중인 '프로젝트 바람' 과 저의 취미인 보드(크루저보드, 롱보드) 행사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기사라 담아왔습니다. (기사에 실린 사진과 관련 정보를 제공하였습니다.)
좋은 기사 써주신 부산일보 이재희 기자님께도 감사 전합니다.



[그래도… 청·춘·예·찬] 추락하듯 위태로워도 젊음엔 날개가 있다


이재희 기자

2015-06-17 [19:06:37] | 수정시간: 2015-06-18 [11:23:56] | 26면


청년의 삶은 고달프다. 대학의 낭만은 이미 도망갔다. 오직 취직을 위한 준비생의 자격만 있을 뿐. 대학은 이미 4년제가 아니다. 5학년은 필수. 어학연수와 인턴 활동 등 취직을 위한 스펙을 쌓아야 하기 때문이다. 
 
고달픈 청년에게 삶의 여유란 없다. 4.0 이상의 학점, 900점 이상의 토익 점수. 토스(영어 스피치) 레벨 적어도 7 이상. 그리고 자원봉사 활동 이력과 각종 인턴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다르게 사는 청년이 있다. 이들은 외친다. '학점 2.3, 토스 4, 토익 595점, 그래도 난 청년입니다!'라고.
 
"학점 2.3에 토익 595점 불과해도 
스펙용 인생 대신 청년의 삶 선택" 

청춘기의 의미·정체성 찾기 활동  


▲ 청년기획단을 자처하는 '프로젝트 바람' 우동준(맨 오른쪽) 대표와 회원들이 지난 1월 부산 부산진구 서면 도심에서 청년에게는 좋은 스펙이나 경력이 굳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프로젝트 바람 제공


'프로젝트 바람'  
심장병 소녀 위해 마라톤 도전  


■같은 청년인데 느낌은 달라

청년기획단 '프로젝트 바람'의 우동준(26) 대표는 또래의 청년들이 너무 '과똑똑이'라고 생각한다. 스마트폰과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은 많으나 몸으로 부대끼며 활동하는 경험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다들 바쁘기 때문일 것이라고 이해했다. 

취업 준비 말고 다른 삶은 없을까. 우 대표의 고민에 동의하는 젊은 친구들이 서넛 모였다. 대학을 5년째 다니고 있는 김혜란(25) 씨와 모험가 이광훈(24) 씨, 민세연(23) 씨와 마당발인 송성민(30) 씨가 그들이다. 

각자 하고 싶은 일을 쏟아냈다. '사막 마라톤에 참여하고 싶어요.' '자취생 요리 대회는 어떨까요.' '서면 거리를 청소해 보고 싶어요' 등이 나왔다. 

생각은 월별 계획으로 차곡차곡 정리되었다. '프로젝트'와 별도로 주장을 알리고 싶어 잡지를 만들었다. 휘발성이 강한 인터넷보다는 잡지가 낫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7월에 기획한 잡지는 10월에 첫 결실을 보았고 지금까지 매달 300부씩 총 8회를 발간했다. 주제는 '잇다'로 정했다. 청년과 청년, 청년과 세상, 청년과 지금 이 순간을 잇자는 것.

청년들이 직접 대학이나 주변 카페를 찾아다니며 잡지를 배포했다. '세상의 거친 풍화작용에도 꺾이지 않을 녀석들. 우쭈쭈에도 길들지 않을 비글 같은 녀석들'이라고 자기를 표현했다.

폐지 줍는 할머니 할아버지 손수레를 한 번 밀어드리고 싶었는데 용기가 없었다고 한 친구가 후회했다. "해보자. 하면 되지 뭐" 그래서 이들은 폐지 손수레를 밀었다. 무슨 일인가 의아해하던 어르신도 나중엔 빙그레 웃었다. 

김혜란 씨는 성적이 좋지 않은 또래 청년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자신의 학점과 영어 성적을 전격 공개했다. 그것도 광복동 큰 거리에서 손팻말에 성적표를 적어 들고 말이다. 사람들은 웃었지만, 진지한 얼굴도 있었다. 김 씨는 "청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정체성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민주공원에서 열린 노인-청년 장기대회 '장기알과 얼굴들'의 아이디어도 김 씨가 냈다. 사회복지 실습 과제를 하며 민주공원의 어르신을 만났을 때 무료하게 시간만 보내는 그분들과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었다. 

바람의 프로젝트 중 '현아를 위해 달린 마라톤'이 가장 뜨거웠다고 우 대표는 말했다. 심장병을 앓는 소녀 현아를 위해 회원들은 온천천 예행연습과 지역 마라톤 대회를 포함해 무려 총 370㎞를 달렸다. 우 대표는 "누구를 생각하며 달리는 것은 심장이 뛰는 일"이라고 했다.

프로젝트 바람(www.projectbaram.com)의 숨은 일꾼 송성민 씨는 "청년의 경험은 다채로워야 한다"는 것이 바람의 방향이라고 말했다. 바람은 새로운 멤버 식스맨의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


'싸이코크루'  
크루져 보드 타며 추억 만들기  

광안리 해수욕장 알로하 크루징에 참석한 사람들이 광안대교를 배경으로 한 기념사진. 불량식품·송성민 씨 제공


■찌질하게 살고 싶진 않아요 

"남자는 상의 아무거나, 하의는 무조건 트렁크. 여자는 비치 웨어. 복장 불일치 시 참가 불가합니다. 이유는 알로하 크루징이기 때문입니다." 

크루져 보드 동호회인 '싸이코크루'는 회원 13명이 활동하는 시즌제 동호회다. 즉 1년 단기 모임. 모임의 대표격인 크루장을 맡은 박기태(24) 씨에게 왜 시한부 모임을 하느냐고 물었다.

"타다가 열정이 식으면 그만 타잖아요. 열심히 집중해서 타고 추억도 제대로 만들어야죠." 싸이코크루는 지난 7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시즌 2번째 행사인 '알로하 크루징'을 했다.

회원은 운영자가 되고, SNS를 통해 신청한 사람은 참가자가 되어 오후 2시부터 광안리 해수욕장 인근 골목과 해변을 크루즈 보드를 타고 누볐다. 

2015 시즌제 모임을 표방하는 싸이코크루는 이보다 앞선 1분기 미션인 뮤직비디오 만들기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페이스북과 개인 블로그를 통한 총 조회 수는 4천 건. 부산과 김해의 명소를 오가며 공들여 만든 영상물이다. 

1차 홍보 영상 제작 경험이 도움되었을까. 알로하크루징 행사를 준비하며 만든 또 다른 짧은 홍보 영상은 무려 1만 7천 회의 조횟수를 기록했다. 미녀 보더인 정주희 씨와 정수빈 씨가 출연했다.

광안리해수욕장 알로하크루징은 성공적이었다. 회원과 일반참가자 등 40여 명이 함께 어울려 현장에서 주어진 미션으로 게임도 하고 보드를 탔다. 

6월 초였지만, 행사의 성공적인 진행을 위해 모두 규칙을 잘 지켰다. 이들은 과감하게 '해변 복장'으로 보드를 탔다.  

"싸이코가 꼭 나쁜 뜻만 있는 건 아니죠. 어떤 일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마니아라는 의미도 있어요." 박 크루장은 묻지도 않은 답을 했다. 발랄하고, 거침없는 청춘이지만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아는 청년이었다. 

왜 이렇게 노느냐고 물었다. "사실 그냥 보드 타면 사진 밖에 남는 게 없잖아요. 행사도 하고, 영상도 만들면서 추억 하나를 만드는 느낌이랄까요. 청춘을 그냥 보내고 싶지는 않거든요."

싸이코크루는 3분기 행사에 대한 야무진 계획을 하고 있다. OB보더와 한판 거방지게 놀아보는 것이다. 싸이코크루-직장인들의 보드 경연이다. 청춘은 노는 물도 달랐다. 


'불량
식품'  

불량(?) 팟캐스트로 균형 찾기 

'불량식품'팀이 자신들이 운영하는 팟캐스트를 알리기 위해 만든 홍보물. 불량식품·송성민 씨 제공


■B급 삶이어도 아무 문제 없어 


'인생 별거 있나, B급이면 어때' 인터넷 팟캐스트 '불량식품(zombiesnack.blog.me)'은 대놓고 스스로를 B급이라고 말한다. 한술 더 떠 'B급 라이프를 즐긴다'고 떠벌이기도 한다. 

'평갈' 이한준(31), 복실 천호철(31), 빌보 김주광(31), 꿈벵이 김상수(32) 씨가 진행을 맡는다. 이수종(22) 씨는 연출, 녹음을 도왔다가 덜컥 메인 작가가 된 이하니(24) 씨도 있다. 이들은 부산시청자미디어센터의 장비 지원을 받아 인터넷 방송 팟캐스트를 만든다. 순전히 부산에서 일어나는 '부산 소식'과 부산 사람들의 삶을 소개한다. 

이한준 씨는 부산 중구 평양갈비집의 손자다. 평양갈비집은 할머니가 운영한다. 하지만 닉네임을 '평갈'로 지은 것은 홍보하려는 목적은 아니라고 강변한다. 닉네임을 넘겨짚어 '평화를 갈망하는 사람'이라고 풀이하면 모른 척 가만히 있는 묵직한 사람이다. 이 씨는 다니던 직장에서 다른 곳을 알아보라고 해서 반자발적 구직자가 된 상태다. 


개그맨을 꿈꾸던 청년 천호철 씨는 기를 살려 팟캐스트 메인 MC로 자리를 잡았다. 김진명이 소설 태백산맥을 썼다고 여기는 형편없는 상식을 지녔지만, 인터넷 검색으로 '조정래'로 급 정정할 줄 아는 순발력을 가졌다. 그는 '인생모험가'로 불리고 싶어 했다. 

히어로스토리라는 교육단체를 천호철 씨와 공동 운영하는 '꿈디자이너'로 유명한 김상수 씨는 "우리는 평균 이하다. 그렇지만 열심히 살면서 평균 이상이 되길 노력한다. 도와주세요"라고 애교를 떤다. 굼벵이처럼 느려도 꿈을 꾸는 걸 좋아해서 닉네임을 '꿈벵이'로 했다.

이들은 '불량식품'에 대해 영양소는 다소 부실하지만 맛은 꽉 차 있다고 자평한다. 팟캐스트 초기 10분은 부산 소식을 전한다. 다소 지루해서 이 부분을 듣다가 나가버리는 사람이 대부분이라고, 하지만 내용은 알차다. 시사 이슈도 소홀하지 않다. 청년에게 부산으로 돌아오라는 캠페인도 잊지 않는다. 알고 보니 이유가 있다. 부산시 홈페이지에 자기들 이야기가 소개되고 말겠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런 바람은 부산시 블로그가 '불량식품'을 소개하는 것으로 일정 부분 이루어졌다.
  
영화의 주인공을 닮아 '빌보'인 김주광 씨는 얼굴은 미남형이다. 김 씨는 "유명해지면 좋을 것 같아 방송을 시작했는데 바쁘기만 하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유일한 정규직 직장인이다.

불량식품은 노동쟁의를 하는 생탁 노동자를 무려 3번이나 만나 인터뷰해서 방송했다. "정규방송 아니잖아요. 정식 말고 불량식품도 가끔 먹어야 균형 있는 삶이죠."

다소 거칠지만, 발랄하다. "방송요? 재미없으면 그만둘 거예요." 

불량스러워 빛나는 청춘이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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