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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성적자 부산지하철이 연 5000만원의 수익을 포기했네요.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부산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긴 철도 역명을 가진 지하철역이 있습니다.



 바로 2호선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이(10자) 그 주인공입니다. 그런데 좀 이상합니다.


그외 긴 역명을 가진 곳.

*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 (서울, 9자)

* 부산양산대캐퍼스역 (부산 10자)



 역명이 긴 것과 국제금융센터 라는 이름은 둘째치고, 부산은행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것 말입니다. 

 부산은행은 분명 민간자본의 사기업일 뿐인데 지하철 역명으로 들어가있다니...


 별일 아니라고 대수롭게 넘길 수도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이상한 것이 한두가지가 아닙니다.



네이버에서 제공하고 있는 부산 지하철 노선도


다음에서 제공하고 있는 부산 지하철 노선도


부산 지하철 공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노선도



 얼핏보면 세 지도의 차이점을 못 느끼실 겁니다.


 허나 자세히보면 네이버와 다음에서 제공하고 있는 노선도엔 'OOO' 이라고 역 이름만 명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부산지하철 공사에서 제공하고 있는 노선도엔 'OOO(XXX)' 이라고 괄호안에 추가 역 이름까지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괄호안에 들어간 역명을 '부역명' 이라고 합니다.


 부산 교통공사에 따르면 부역명은 포털사이트의 노선도엔 포함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것만 놓고 보아도 주역명에 '부산은행'이 포함되어 있다는건 엄청난 홍보효과가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의문점...



문현 국제 금융단지 내에 있는 부산은행 본점


 부산 지하철의 경우 부역명을 유상판매하고 있습니다.


 즉, 괄호안에 타 기관의 명칭이 포함되면 그에 따른 사용료를 받는다는 것입니다. 대략 연간 5000만원 정도를 받으며, 보통 3년 주기로 재계약을 하여 부역명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하단(부산본병원)', '센텀시티역(신세계)', '장전역(부산가톨릭대학교)' 등은 해당 역세권안의 병원, 백화점, 사립대학등이 이에 해당되며 이 기관들은 모두 최고가 입찰방식으로 연간사용금액을 내고 있습니다.

 

 만성 적자에 허덕이는 부산지하철 입장에선 결코 포기해선 안 될 수익사업인 것입니다.


 *'부전역(부산시민공원,송상현광장)', '노포역(종합버스터미널)', '감전(사상구청)' '충렬사역(안락)' 등 공공기관에 해당되는 부역명은 무상으로 표기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역명에 이름이 포함되면 어떻게 되는가 하고 보니...



부산 국제 무역 센터

 

 그냥 무료라고 합니다. (공짜~ 라구요)


 부산은행이 역명 사용에 따른 어떠한 비용도 지불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문전역에서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역명이 변경될 때 발생한 비용만 부과했다고 합니다.(명칭 변경에 따른 교체비용) 하지만 이 부분은 부역명을 사용하는 다른 기관들도 동일합니다.


 그렇다면 왜 부산은행만 이런 특혜를 주고 있을까요??



인근 버스정류장은 표기법을 달리한 경우도...



 2013년 11월 남구 문현2동 주민들은 문전역의 명칭을 '문현금융단지' 역으로 변경 해달라고 부산교통공사에 의견서를 보냈습니다. 이에 당시 교통공사 측에선 10년 넘게 익숙해진 역명을 바꿀 경우, 행정적 혼란과 함께 다른 지역에서도 변경 요구가 잇따를 것이라며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해 2014년 초에 말을 바꾸어 '부산국제금융센터', '문현금융단지',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 이렇게 3개를 선정, 심의위원회를 거처 '국제금융센터·부산은행역' 으로 변경을 확정하였습니다. 그것도 투표권이 있는 위원 7명 모두의 만장일치로...


 역명 심의기준엔 '발음상 혼란이 없고 부르기 쉬운 명칭과 가급적 짧은 음절로 한다.' 라고 되어 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앞의 두 명칭보단 불편하고 번거롭습니다. 


 그렇다면 심의위원회에선 왜 이런 결론을 냈을까요? 


 부산시와 부산교통공사는 '지역 대표은행으로서 사회공헌활동과 기업활동을을 통해 부산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을 선정 이유로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문현2동 지역주민과 10개 기관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합니다. (아무리봐도 어딜 수렴했는지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그리고 그 10개의 기관중엔 '부산은행'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점만 놓고 보아도 뭔가 공정치 못하다는걸 알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이 역명은 '기타의견'중 하나였고, 그걸 부산시가 제출한 것이라고 합니다. 뭔가 계속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의문이 생깁니다.


 

제가 고개를 갸우뚱 하는게 과연 이상한 일인가요??  



 부산 지하철노조 남원철 사무국장에 의하면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부산교통공사에, 수익을 내라는 압박해온 부산시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것 상황이다. 납득하기가 어렵다" 라고 말했습니다.



부산 국제 무역 센터


 부산 국제금융단지엔 주요 은행들 뿐만 아니라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자산관리공사 등 굵직굵직한 공공기관과 공기업들도 많이 입주해 있습니다. 하지만 이들 기관 역시 역명 후보에선 기타의견으로도 올리지 못했습니다.


 역명을 선정할때 가지는 '심의기준'를 무시하고, 적자 부산지하철이 그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 길을 막아버린 처사. 도무지 납득이 안갑니다. 납득이. 


 그리고 부산시는 그 적자를 메우기위해 또 다시 부산 시민의 주머니를 털어갈 것입니다.



* 본 글은 부산지하철 노동조합과 참여연대의 취재 지원으로 이루어졌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