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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스크린도어 사고, 28세 젊은 청년만의 잘못 이었을까요?



얼마전 서울 도시철도 강남역에서 끔찍한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바로 스크린도어 고장을 수리하던 20대 젊은 청년이 수리에 집중하던 와중 들어오는 열차를 피하지 못하고 충돌,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어 버린 겁니다.


강남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매뉴얼 안 지켜 발생했다

http://www.huffingtonpost.kr/2015/08/30/story_n_8060480.html


기사에서 보면 알 수 있듯 이번 사고 역시 안전 불감증에 따른 '인재(人災)' 입니다. 


2013년, 센서를 점검하던 직원이 이번 사고와 똑같이 스크린도어와 열차 사이에 끼어 숨졌고, 이에 서울 메트로측은 2인 1조로 출동, 지하철 운행 시간에는 승강장에서만 작업하여야 하며 스크린도어 안에는 들어가지 않을 것, 스크린도어 안에 들어갈 때는 사전에 보고할 것 등을 요청 하였습니다. 즉 관리, 안전 메뉴얼이 이때 만들어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년만에 같은 사고가 재발했습니다.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 메뉴얼까지 지키지 않을 정도로 심각한 고장이거나 무척이나 다급한 상황 이었을까요?



'정말 이해 할 수 없는 사고' 라며 답답함을 토로한 부산 도시철도 노조 안효진 설비 지회장 



일반 시민인 저희들 눈엔 지하철 역사 안에서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분야의 전문가 겠지' 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안효진 설비지회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딱히 그런건 아니었나 봅니다.


현재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역사 중 일부는 재정 부담을 이유로 외주 업체에 스크린도어 설치와 운영등 모든 권한을 위임했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서 돈이 많이 드는 스크린 도어를 외부의 자본으로 설치하고 광고 수익등을 그 업체가 향후 몇년간 가져가는 구조 란 겁니다. 이는 가이드 라인안에서 최저 금액을 제안해 공사를 따내는 '최저입찰제'를 통해 외부로 수주되고 있습니다. 



*부산 도시철도 PSD 유지관리 현황 중 민자사업으로 추진된 역사 (총 10곳)

구분 

 계약자

계약기간 

관리부서 

근무장소 

해당 역사 

민자사업 10억

 휴메트로릭스

운영게시~(21년 9개월) 

 -

 연산

1호선 - 온천장, 연산, 양정, 

범일, 부산역, 남포, 자갈치


2호선 - 사상, 경부대, 센텀시티 

*부산 도시철도의 민자사업으로 선정된 업체들의 계약 기간은 약 20년



스크린 도어에 설치되어 있는 센서



메뉴얼엔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그것을 지키지 않은 사람의 문제이기만 한건 아니었습니다.


최저 입찰제를 통해 사업권을 따낸다는건, 철도나 궤도산업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더라도 최저금액으로 스크린도어를 설치 하겠다고만 하면 입찰에 참가 할 수 있는 방식입니다. 그러니 작은 업체라도 이를 장기적인 수익 사업으로 인식하여 수주에 나서게 됩니다. 물론 작은 업체라고해서 모두 기술력을 의심할 순 없습니다. 


허나 단순 수익 사업으로만 인식해서 수주를 따낸 업체와 그 업체에 관리와 수리 업무를 재 하청 받은 업체들이 메뉴얼을 모두 지킨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 정비와 수리부분 역시 너무나 손쉽게 비전문가들의 손에 넘겨 질 수도 있다는 것이 문제



게다가 스크린도어는 안전시스템으로 분류되어 있지 않고 단순 건축기계 구조물로 분류되어 있어 특별한 검사를 받을 이유도 없다고 하니... 듣고 있잖이 정말 기가 막힐 노릇 이었습니다. 허나 외국의 경우엔 철도 시설에 설치된 스크린도어 역시 안전성 검사를 받는다고 합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운영권을 넘겨버린 지하철공사에서 관리감독에 개입할 여지는 없고, 유기적으로 업무 협조가 이뤄지지 않는 모습 입니다.


설치만 했지 안전 관리에 소홀 했던 사람들이 과연 누구라고 할 수 있을까요? 

메뉴얼을 따르지 않은 28세 젊은 청년 하나만의 잘못이었을까요?




필자는 이번 사고 이후 부산 도시철도의 열차와 스크린 도어를 유심히 살펴보았습니다.

과연 부산 도시철도 승강장에 설치된 스크린도어는 안전할까요??




도어 자체의 센서와 하부 광센서까지 설치 되어 있어 물체가 끼이면 스크린도어는 물론 열차도 운행되지 않습니다. 시내버스의 하차 도어와 비슷한 구조랄까요~


열차와 스크린 도어 사이 간격 역시 아무리 보아도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형태는 아니었습니다. 성인은 커녕 작은 아이가 들어가기에도 기본 폭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부산 도시철도만 이런것일까 싶어 안효진 설비 지회장께 재차 물어보니 "설계 자체를 저 사이에 사람이 들어갈 수 없게 만들었다." 라는 답변을 들었습니다. 왜 이런 사고가 발생한건가에 대해 도시철도 직원들 마저 의아해 했던 이유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그리고 잘 몰랐던 사실 하나!

열차가 정차했을때 열리는 문 외에도 옆에 고정되어 있는 것으로 알았던 문 역시 안쪽에서 밀면 손쉽게 열린다는 부분입니다. (열쇠를 이용해 승강장쪽에서도 열 수 있습니다.)


만약을 대비해 기존 도어 외에도 손으로 열 수 있는 안전문이 설치 되어 있던 셈입니다. 이는 다른 지역 스크린도어에도 동일 하게 적용 되어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승강장 곳곳에 개방요령이 적혀 있었음에도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이었습니다.



단순히 2인 1조의 근무 메뉴얼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사고였으며, 그 메뉴얼을 지키지 못했던 업체간 구조적인 문제 역시 관계자의 입을 통해 몇번이고 다시 들었습니다. 


결국 책임을 떠넘기다 결국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구조를 만든 사람들과, 낮은 임금과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근무하는 하청 직원들의 근무 형태, 그걸 모두 덮어 버린채 단기 계약직 노동자에 불과한 젊은 청년 노동자가 하나가 다 떠 안아 버렸습니다.



수백, 수천 시민의 안전이 '당장은 메뉴얼은 무시 해도 된다, 혹은 무시 할 수 밖에 없다' 라고 하는 자본의 논리 속에 벌어진 어처구니 없는 사고 였습니다.



*본 포스팅은 부산지하철노조의 도움으로 작성되었습니다.